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산업에서 가장 강하게 부상한 키워드는 단연 ‘지속가능성’입니다. 특히 바다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수영복 시장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존의 수영복이 석유 기반의 합성 섬유로 제작되어 해양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친환경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예쁘고 기능적인 수영복을 넘어서, 어떤 소재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고려한 ‘의미 있는 소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수영복이 왜 필요한지, 어떤 소재가 사용되는지, 그리고 환경과 패션을 모두 만족시키는 브랜드 사례까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친환경 수영복, 왜 주목받고 있을까?
수영복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전통적인 소재는 나일론, 폴리에스터, 엘라스테인(스판덱스) 등 석유 기반의 합성 섬유입니다. 이들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빠르게 건조되는 장점이 있지만,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립니다. 버려진 수영복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해양 쓰레기로 떠돌다가 해양 생물에게 위협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에서 입는 옷’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었던 셈입니다. 또한 수영복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색·가공 단계는 많은 양의 물과 화학 약품을 사용하며, 이는 탄소 배출량 증가와 수질 오염을 유발합니다. 특히 화려한 컬러와 복잡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기능성 수영복일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속가능한 수영복’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의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친환경 수영복은 단순히 환경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피부에 자극이 적고, 생산 과정에서 유해 물질 사용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민감성 피부나 아동용 수영복에서도 큰 장점을 발휘합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수영복을 만드는 주요 친환경 소재들
현재 친환경 수영복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소재는 ECONYL®입니다. 이탈리아 기업 Aquafil에서 개발한 ECONYL®은 폐어망, 해양 플라스틱, 산업용 나일론 폐기물 등을 수거해 재생 처리한 나일론 소재입니다. 기존의 나일론과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어 ‘친환경 혁신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내구성과 신축성도 뛰어나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재입니다. 또 다른 인기 소재는 REPREVE®입니다. 이는 사용된 플라스틱병(PET)을 세척, 분쇄, 재생산하여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현재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 퀵실버(Quiksilver)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REPREVE®는 가볍고 통기성이 좋으며, 빠른 건조 기능까지 갖춰 수영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웨어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식물 유래 바이오 섬유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LA(Poly Lactic Acid)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소재로, 인공적인 석유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합니다. 바이오 나일론 또한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피부 접촉에도 안전합니다. 이러한 소재들은 기존 석유 기반 섬유와 비교해 원가가 높고 생산량이 적지만, 친환경 소비의 흐름 속에서 점차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인증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OEKO-TEX®는 유해 물질이 없는 섬유 제품임을 증명하는 국제 인증이며, GRS(Global Recycle Standard)는 재생 원단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소비자는 이러한 인증을 통해 제품의 친환경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브랜드 입장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갖춘 브랜드 사례
과거에는 ‘친환경’ 하면 디자인이 심심하거나, 기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함께 발전하면서, 친환경 수영복 브랜드도 기능과 미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 브랜드 Baiia는 ECONYL®을 활용한 리버서블 디자인 수영복을 선보이며, 하나의 제품으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실용성과 패션성을 모두 만족시킵니다. 트렌디한 컷과 감각적인 패턴으로 많은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의 Vitamin A 역시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재활용 원단을 사용한 글래머러스한 디자인의 수영복으로 유명합니다. 이 브랜드는 생산 전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 공정을 도입했으며, 포장재 또한 100%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됩니다. 스타일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접근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수영복 브랜드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플로우서울(Flow Seoul)은 REPREVE®와 ECONYL®을 활용한 수영복 라인을 선보이며, 감각적인 컬러와 실루엣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레마레(Mare Mare)는 해양을 테마로 한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함께, 리사이클 원단 사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윤리적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층을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대형 스포츠 브랜드들도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해양 보호 단체 Parley와 협업하여 폐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수영복과 스포츠웨어를 출시했으며, 제품 라인 전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이키 역시 자체적으로 친환경 원단 사용 비율을 매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전체 제품의 80% 이상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수영복은 이제 ‘기능성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가치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친환경 수영복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방향이자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고, 더 많은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선택’을 통해 바다와 지구를 지키는 데 동참하길 기대해봅니다.